어느 날, 문득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졌습니다. 그리움은 때때로 예고 없이 찾아와 마음 한 구석을 오래도록 누르고 앉습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세상은 평소처럼 흘러가는데, 제 마음은 유독 무거웠습니다.
엄마를 찾아 서울에 있는 납골당, 흥창사로 향했습니다. 도심 안에 있지만 어쩐지 시간의 흐름이 조금은 느리게 흐르는 곳. 바람이 조용했고, 햇살도 조심스럽게 스며드는 듯했습니다.
요즘 저는 갱년기를 겪고 있어요. 갑작스레 잠이 안 오고,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맺히고, 때론 이유 없는 분노와 무력감에 휘청이곤 합니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제는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 시기도 나의 일부’라고.
그런 제 모습 속에서 자꾸 엄마가 떠오릅니다. 깨끗하고 정리정돈을 좋아하셨던 엄마가, 어느 날부터인가 청소를 미루시고 자주 누워 계시던 모습. 그땐 몰랐습니다. 다만 피곤하신가 보다, 나이 들어 그러신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가 겪는 이 변화들. 그 무력감과 외로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파도들을 지나며 깨닫습니다.
‘엄마도 힘드셨겠구나.’ ‘그때 왜 나는 아무 말도, 아무 위로도 건네지 못했을까…’
저희 엄마는 정말 천사 같은 분이셨어요. 자신보다 남을 먼저 챙기고, 따뜻하게 배려하고, 한없이 맑고 해맑은 분.
정작 본인의 바람이나 욕심은 조용히 접어두고 사신 분이었습니다.
간암으로 너무 이른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외가 쪽 가족력이라 조심하셨지만, 그 착한 분은 그렇게 조용히 아픔을 견디셨습니다.
저희 아이는 엄마를 ‘천사할머니’라고 불러요. 살아생전 엄마는 누구에게나 천사 같았거든요.
납골당에 도착해 엄마가 계신 자리에 섰을 때, 처음엔 조금 어색했습니다. 사진 속에서 환히 웃고 계신 엄마는 늘 그렇듯 따뜻했지만, 유리관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는 이 현실이 낯설었습니다.
꽃들과 사진, 그리고 작은 소품들이 놓여 있는 공간은 엄마다운 아늑함이 느껴졌습니다.
그 안에 있는 미소 짓는 엄마 사진을 보며, 조용히 인사드렸습니다.
‘엄마, 다녀왔어요.’ ‘그리고… 미안해요. 늦게 알아서.’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엄마의 그 미소 속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있었는지, 그 침묵 속에 얼마나 많은 고단함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참고, 품고 살아내신 당신이 얼마나 위대한 분이었는지를요.
이 글은 누군가에게는 너무 사적인 고백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어쩌면 누군가의 딸이고 누군가의 엄마일 수 있기에 조심스럽게 마음을 나눠봅니다.
오늘은 그냥, 엄마가 많이 보고 싶은 그런 날입니다.
엄마, 사랑해요. 그리고…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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